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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알아서 하라…기업은 신뢰 상실
 서울일보 14-01-18 11:54 | 최종업데이트 14-01-18 11:54    프린트    이메일보내기 | 목록보기 
 [서울일보=이시은 기자] ‘미개(未開)한 지역사회.’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공장증설 공사를 놓고 1년 동안 인천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인·허가권자인 서구는 주민과 업체를 오락가락하며 눈치만 보다가 마지못해 SK인천석유화학에 공사중단을 통지했고, 초대형 위험물시설 증설 당사자인 SK인천석유화학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엄포를 놓고 있다.

중재자로 나선 인천시는 서구와 SK인천석유화학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감사결과와 시설증설에 따른 환경위해성 검증단의 중간결과를 툭 던져놓고 말았다. 그 결과는 볼썽사나웠다.

한날 같은 집회 장소에서 주민들은 증설반대를 외치고, 하청업체는 공사촉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머리를 맞대자고 마련한 SK의 주민 간담회 자리는 급기야 욕설과 실랑이로 얼룩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인천신문은 꼬일대로 꼬인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공장증설 갈등을 풀고, 인천이 ‘똑똑한 지역사회’로 가는 길을 제시해 본다.

① 17년 전보다도 못한 상생의 힘

17년 전인 1997년, 1조6천억원이 투입되는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공장증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이 터졌다. 한국남동발전㈜(당시 한국전력)의 영흥화력발전소 1, 2호기 건설 문제였다.

당시 인천지역사회의 갈등은 SK인천석유화학 공장증설보다 훨씬 더 날카로웠다. 찬·반으로 갈라졌던 영흥도 현지 주민들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줄곧 반대를 고수했던 시민환경단체와 대립각을 세웠다.

한전은 법이 정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으로 지역발전과 주민복지를 내세워 현지 주민들을 설득했고, 유연탄을 원료로 하는 미증유의 초대형 화력발전 건설(당시에는 12호기까지 건설할 계획)에 시민단체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외곽의 세를 넓혔다.

허가권자인 산업자원통상부는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할 영흥화력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1, 2호기 건설 허가를 내줬고, 시민 반발을 의식한 인천시는 매립면허권을 무기로 영흥화력 건설을 반대했다. 사업자인 한전은 발전시설 건설에 발목이 잡히자 인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찬반 양론은 팽팽했고, 그대로 더 가다가는 모두가 패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인천시장과 한전사장이 만났다. 이래서 나온 것인 ‘영흥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 관계 환경협정’이었다.

이 협정을 통해 시와 한전은 당시 법에도 없던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정했다. 시간당 배출 농도와 양은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각각 70ppm, 먼지가 30㎎/㎥이었다. 이 기준은 한국남동발전이 영흥화력본부에 발전시설을 추가 증설(현재 5, 6호기 증설 중)하더라도 총량개념으로 적용된다. 5, 6호기를 증설하던, 12호기까지 증설하던 전체 대기오염 배출 농도와 양은 처음 정한대로 황산화물·질소산화물 70ppm, 먼지 30㎎/㎥안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천시와 옹진군은 발전시설 가동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남동발전 입장에서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약품비를 더 들여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일수 밖에 없다. 남동발전이 실제 강화된 기준을 지키는지 이행여부는 주민대표·전문가·환경단체·인천시·옹진군 관계자 등으로 1999년 구성된 민·관공동조사단이 검증토록 했다.

민·관공동조사단은 남동발전영흥화력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찬반으로 갈렸던 조사단 위원들에게는 묵은 감정을 풀고 책임성을 부여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물론 구성원 바뀌지만 대기소음진동·수질해양생태·기후변화사회환경 분야 등 3개 소위원회로 짜여진 민·관공동조사단 25명은 영흥화력 발전시설이 가동을 멈추지 않는 한 활동을 계속한다.

현재 1~4호기를 가동하는 남동발전 영흥화혁본부는 발전소 주변지역 기본 지원금만으로 연간 60억원을 내놓는다. 발전시설 증설로 발전량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지원금이 지급된다. 영흥도에 일정기간 살면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학자금까지 나온다. 옹진군은 지원금으로 영흥도 뿐만 아니라 군 전체에 도로를 놓고,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똑똑한 경험’이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공장증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행정청인 서구는 증설 인·허가 과정에서 잘못된 행정처리로 다치지 않을까 몸을 사리며 부서간 책임을 SK인천석유화학에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주민들은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발을 담그지 못하면 나중에 혹 떨어질지도 모르는 ‘콩고물’에 군침을 삼키며 같은 주민을 감시하며 헐뜯고 있다. 인천시는 공장증설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한 환경위해성 검증단의 중간결과에 대한 후속조치 없이 더 이상의 중재자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공장증설을 둘러 싼 이같은 파행의 책임은 SK인천석유화학이 가장 크다. 수십년 동안 이름을 바꿔가며 생산활동을 벌이면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신뢰를 쌓지 않았던 탓이다.

 서울일보 14-01-18 11:54 | 최종업데이트 14-01-18 11:54    프린트    이메일보내기 | 목록보기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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