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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피어오르는 창조경제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일보 13-10-13 07:44 | 최종업데이트 13-10-13 07:44    프린트    이메일보내기 | 목록보기 
[서울일보=윤지현 기자] 대부분의 건물에는 옥상이 있다. 옥상은 평소에는 접근하기 어렵고, 지저분하게 잡동사니가 놓여 있거나, 아니면 담배 피는 공간정도로만 사용해왔다. 어떤 옥상에는 꽃과 나무를 심은 곳도 있지만 수도료와 인건비가 골칫거리이다. 옥상녹화를 하는 사람 자신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이웃들에게까지 도움 주는 것은 별로 없다.

옥상을 다시보자. 옥상이란 하늘의 선물인 햇빛과 빗물이 인간에게 가장 먼저 도달하는 소중하고 신성한 장소이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옥상은 오히려 여러 문제를 만들고 있다.

첫째로 물의 상태를 어지럽힌다. 가령, 건물이 만들어지기 전의 나대지에서는 10이란 비가 오면 7이 땅속으로 들어가거나 증발하고 3이란 물만 하류로 내려가는데, 옥상을 만든 후에는 9의 빗물이 내려간다. 이 때문에 하류의 하수도나 하천에 홍수가 나는 것이다.

둘째는 열의 상태가 어지럽혀진다. 여름에 태양열은 지붕에 흡수되어 건물을 덥혀주고, 지붕에서 반사된 복사열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일으킨다.

셋째는 그 지붕 면적만큼 경작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어지럽힌 것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옥상도 마찬가지이다. 옥상을 만든 사람은 자신이 어지러트린 물, 에너지, 식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착한 옥상녹화가 가능하다. 서울대학교 35동에 실현시켜 놓았는데 그 비결은 오목형의 빗물관리이다. 다른 옥상은 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들어 빗물을 버리지만, 이 옥상은 가운데를 오목하게 하여 빗물을 천천히 나가게 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 옥상위에 주위를 벽돌로 30cm 정도 쌓은 다음, 그 위에 차례로 5cm의 저류판, 15cm의 흙, 10cm의 자유공간을 둔다. 빗물은 저류판과 흙의 공극에 저장되며, 비가 많이 올 때는 상부의 자유공간에 일시적으로 저류되었다가 천천히 빠져 나가게 된다.

지난 7월 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리고 강남역이 침수될 정도의 239mm 비가 왔을 때 첨두 유출량을 55%로 줄여주고, 그것이 발생되는 시기를 2~3시간 지연시켜 주었다. 이렇게 되면 하류의 홍수를 방지할 수 있으며, 홍수방지를 위해 필요한 저류시설 크기를 줄이는 재해 방지효과가 있다. 비가 그친 후 내부의 배수판과 흙 안에 남은 물은 훌륭한 수자원이 되어 식물이 사용한다.

두 번째로, 여름의 한낮에 콘크리트 옥상 표면은 섭씨 60도까지 올라간 반면, 옥상녹화로 덮은 부분은 30도로 큰 차이가 난다. 그 결과 맨 꼭대기 층은 콘크리트 옥상이 있는 건물보다 3도 정도 시원하게 지내면서 냉방에너지 가동으로 인한 블랙아웃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일부 해소시킬 수 있다. 셋째, 옥상 텃밭에 상추, 토마토, 고추 등을 심어 학생, 교수, 직원들이 공짜로 실컷 먹는다. 여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텃밭을 관리하니 유지관리비가 들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번다. 벌도 키워 꿀도 딸 수 있다.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사회적인 기능도 있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교수, 직원, 학생, 심지어는 주민들까지 옥상텃밭과 꽃밭에서 재미있게 서로 정을 나누었다. 지난 6월에는 동네주민들이 학생들에게 상추쌈으로 저녁도 해주고,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음악회도 열어주었다. 이번 가을에는 학생과 주민이 공동으로 재배한 배추를 동네의 어려운 분들께 나누어 드릴 것이다.

오목형 옥상녹화의 개념은 창조적이다. 재해의 원인으로 생각한 빗물을 수자원으로 만들고, 쓰레기만도 못하게 생각하고 버리던 빗물에서 돈을 벌고, 빗물을 매개로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서 이웃과 나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담겨있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재난, 건축, 환경, 수자원, 교육 등의 정부부처 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목적의 시설을 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개별 건물의 참여를 유도하는 융합적인 법규 제정이 필요하다. 관악산에 올라서 서울대학교 35동 옥상을 보자. 여기서 창조경제라는 꽃이 피어오르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일보 13-10-13 07:44 | 최종업데이트 13-10-13 07:44    프린트    이메일보내기 | 목록보기 
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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