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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에게 겨울은....
 서울일보 14-01-17 06:58 | 최종업데이트 14-01-17 06:58    프린트    이메일보내기 | 목록보기 
노숙인들은 가장 대표적인 사회취약계층으로, 제도권안의 복지안전망에 편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사회전반의 인식과 복지시스템은 철처하게 이들을 외면하고 지적이다.

지난 12월 10일 65세 노숙인이 한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날 밤 기온은 영하 10도의 한파. 그의 체온은 28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추위를 피해 잠을 밤을 보내려 들어 왔건만 허물어져가는 판잣집에 그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노숙인들의 겨울밤은 생각보다 혹독했다. 그들에게 추위는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이었다. 속절없이 견뎌내야만 빈곤이었다.

16일 0시 노숙인재활시설 은혜의집 노숙인실태조사단을 따라 부평역 일대 노숙인들을 찾아 나섰다.

“요즘은 추워서 주무시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저녁때가 되면 돌아갔다 아침이면 다시 모여요.”

부평역전지구대의 경찰은 노숙인들이 겨울에는 역전근처 쪽방 여인숙에 거처를 두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낮 2시에 시작되는 무료급식을 먹고 저녁이면 잠자리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는 부평역 노상에 텐트가 노숙인들이 밤잠을 자기 위해 쳐 놓은 두 채가 서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어느날 아침,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텐트 한 채가 불에 타서 앙상한 뼈만 남아 버렸고 이후 나머지 한 채마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일행은 지하역사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로 내려갔다. 살을 에는 한파에도 역전 지하상가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은 그런 푼돈조차 없는 이들이었다. 계단 아래는 다섯 명 정도가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었다. 대부분 종이박스를 뜯어 장판대신 바닥에 깔고 얇은 담요 한 장에 찬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종이박스로 만든 바람막이 상자를 두드리자 짜증석인 고함이 흘러나왔다.

반대편에 누워있는 노숙인에게 다가갔다. 집이 어디냐고 묻자 전남 목포라고 말했다.

술 냄새와 체취가 뒤섞인 악취가 진동했다. 60세라는 A씨는 집을 나온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은혜의집 복지사가 겨울만이라도 시설에서 지내라고 권유하자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싫고 자유롭지 않아서 싫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뵌 분인데요.”

계단을 더 내려가 자고 있는 노숙인을 깨우던 복지사가 말을 붙이다 멈췄다. 며칠 전 까지 시설에서 지내던 B씨였다. 금주 규칙을 어기고 술을 먹다 적발되자 짐을 싸서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이다.

복지사가 임시시설에 가서 계시지 추운데 왜 나왔냐며 함께 가자고 하니 내일이며 서울역으로 갈 예정이라며 거절했다. B씨 역시 술냄새가 강하게 풍겨나왔다.

B씨는 돌아서는 일행에게 빵 사먹게 2천원을 달라고 청했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돈을 줘도 빵 대신 술을 사먹을 것이라는 걸 란 알기에 뒤돌아 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송현동 근처에서 20년을 살았다는 C씨는 반대편 계단에 홀로 누워있었다. 어젯밤에는 부평시장 좌판에서 잤지만 너무 추워 자리리를 역사 계단으로 옮겼다. 발치께에는 빈 소주병과 비닐봉지에 담긴 밥이 놓여 있었다. 비닐봉지에 담긴 밥은 낮에 무료밥차에서 배식받은 밥을 아침식사로 남겨놓은 것이다.

C씨는 원래 목공일을 하는 목수였다. 부인과 일찍 헤어지고 홀로 살다 거리를 전전한지는 3년. 간간이 일을 했으니 따져보면 2년 남짓.

왜 일이 있는데 하지 않느냐고 묻자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그냥 일이 하기 싫다고 했다. 복지사가 나중에라도 오고 싶을 때 오라며 내민 팸플릿을 받아 든 B씨의 손은 떨고 있었다. 알코올중독 초기 증상으로 보였다. 돈이 어디서 나서 술을 마셨냐고 묻자 목공일을 같이 하던 친구들이 사주고 갔다고 변명했다.

조사단원으로 함께 나온 은혜의 집 간호사는 시설로 들어오는 노숙인 상당수가 당뇨 혈압 간질환 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자 550명중 200명 이상이 병원 치료나 입원을 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되돌아 나오는 길. 계단 입구에서 처음 만났던 A씨는 노숙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과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새벽 3시까지 계속된 실태조사에서 거리에서 발견된 노숙인은 15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2년 73명 보다는 크게 줄었다. 조사단은 몇 차례 한파로 대부분 쪽방이나 고시원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겨 인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일보 14-01-17 06:58 | 최종업데이트 14-01-17 06:58    프린트    이메일보내기 | 목록보기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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