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한국 창작오페라의 길

편집부 기자 / 기사작성 : 2015-12-16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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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원 뉴서울오페라단 단장

 

민간 오페라단의 창단으로 겁 없이 뛰어든 나의 길은 너무도 험한 가시밭길 이었고,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이 어려운 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야한다는 어떤 사명감과 같은 것이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1999년 창단과 함께 창작오페라에 관심을 갖고 서툴지만 가장 한국적인 우리의 소재로 가장 세계적인 한국창작오페라를 만들어 나가자는 목표를 설정하였고, 서툰 날개 짓을 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서울과 평양에서 ‘아, 고구려 광개토호태왕(2005)’을 공연했다. 북한에서는 평양 봉화예술극장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제공했다. 이 작품은 광개토대왕이 고구려의 옛 땅 요동벌을 되찾는 이야기로 그 이면에는 사랑을 잃은 남자의 슬픔을 함께 그려냈다. 민족적 자존심을 느낄 수 있는 시대의 영웅을 소재로 선택한 것만으로도 남북이 공감할 수 있었다.

 

오페라 형식의 음악은 대중음악처럼 경제성이 있는 공연예술이 아니기에 세계 모든 선진국들도 어느 정도 대기업과 정부가 후원을 하고 있지만, 창작오페라를 선진화하는 목표를 정해서 민간 오페라단을 이끌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화폐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순수 클래식 한류의 세계화를 꿈꾸는 오페라단장의 고뇌를 알아주는 이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도전해 보았던 “오페라 시집가는 날”은 “맹진사댁 경사”라는 한국적 해학과 교훈이 담긴 소재를 한국적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국악을 전공한 작곡가를 선택하여 베이징 상해대극원 오페라극장에서 관광페스티벌 개막작품으로 올린 것이 중국 정부 주요 인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클래식 한류의 개척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알고 더욱 많은 부분을 가다듬을 생각으로 공연시마다 보완점을 메모해두었고, 완숙도를 더해가는 동안 중국으로부터 공동제작의 제의가 들어오고 2016년 “오페라 사마천”을 중국과 한국에서 시연하기로 합의했다. 계약과 함께 기자회견을 양국에서 2회 개최하였고, 서로 오고 가는 동안 문화교류로 인한 경제교류의 물꼬도 열렸다. 문화교류가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그것이 다시 경제교류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에서 필수적으로 공연을 관람하게 하는 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구상하게 되었다. 그들의 자랑스런 이야기와 그들의 감명깊은 이야기가 한국적인 창의성으로 재탄생하게 하여 그들이 찾아와서 보고 즐기는 품격 있는 공연예술의 창작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모두 공감하는 소재라면 더욱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거대한 대륙과 이어진 작은 반도국가의 흥과 한을 품은 예술적 유전자가 지닌 우성적 강점을 뮤지컬, 마당극 등의 다양한 공연예술에 응용하여 중국 대륙은 물론 세계에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창작산실을 양성하는 공적투자와 지원을 늘려 나가면 좋겠다. 우리의 젊은 공연예술가들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어린 날개에 힘을 실어 준다면 우리는 문화를 통해서도 부강해지는 국가, 행복해지는 국가로 더 빨리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오페라의 탄생은 16세기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예술가 집단이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신을 부활시키려는 노력 끝에 발견한 형식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존심과 천부적인 끼를 오페라 형식에 담아내려는 노력도 함께하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남의 것을 재현하고 모방하고 배우는 것에서 머물 수 없기에 공연예술을 통해서 새롭게 위대한 우리 자신을 발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 창작오페라의 길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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